최지인 시집,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by 별이언니


고층 빌딩 유리문 앞

새 한 마리 날개 접고

떨고 있었다 새도

추위를 타는구나 눈 감고

죽어가는 새

사람이 아플 때처럼

누구야 하고 불러야 할 텐데

사람들 유리문 앞

새를 피해

각자 일을 봤다


우리는 죽지 말자 제발

살아 있자


<제대로 살고 있음> 중



명치에 작은 무엇이 살고 있어 가끔 소리를 지른다. 상처받지 마, 상처받지 마. 결코 큰 소리는 아니지만 송곳처럼 귀를 찌르는 소리. 나는 입을 다문다. 나라도 조용해지면 작은 무엇도 조용해질까 싶어서.


상처받지 마.


절박하게 작은 무엇은 말한다. 누가? 무엇을? 되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하나뿐이다. 상처받지 마.


자신만만한 얼굴들, 커다란 표정들, 휘황한 몸짓들로 가득 찬 거리를 바라본다. 겨우 이름과 얼굴만 아는 이가 갑자기 연락을 해와 자신의 근황을 알려준다. 문제없어요, 난. 요즘 뭐하고 지내냐는, 그 흔한 안부도 묻지 않고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긴다.


그이의 명치에도 작은 무엇이 사는지 궁금했다. 그이의 작은 무엇은 뭐라고 소리칠까.


우리가 기르는 새들은 날개가 있을까.


상처받지 말라고 소리치지만 어쩔 수 없이 상처받아야 할 때가 있다. 그때 나를 움직이는 것이 용기였으면 좋겠다. 체념이 아니라.


그래도 강해져야 해,라고 소리치지 않아서 고마워. 나의 작은 무엇아, 너의 걱정은 따뜻해.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또 한 주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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