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학, <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

by 별이언니


그냥,이라는 육체에 도달했다 뭐해 그냥 있어 괜찮아 그냥 견딜 만해


<그냥이라는 고양이> 중




오래 묻힌 거울의 뒷면에는 잊힌 주문이 적혀 있어서 그것을 더듬어 읽는 자에겐 차원을 열어 또 다른 비경을 보여준다. 우주의 차원을 거듭 건너 세상을 구원할 책을 찾아가는 일이나 밤에 손을 집어넣어 까맣게 타들어간 손가락으로 금지된 세상을 창조하는 일을 보았다. 스크린 속 일이기도 하지만 시인의 일이기도 하다.


시인은 스스로도 두 번 다시 읽을 수 없는 언어를 순간의 비전으로 판독해 읊조리는데 그것이 시. 감정의 내벽이나 시간의 겹 속 우둘투둘한 문자들이 두드러기처럼 돋아난다. 몸이 균형을 잃으면 작은 햇빛에도 병이 생긴다. 가벼운 병을 오래 앓으며 그가 바라보는 풍경은 무엇인가. 옛이야기가 달에 겹치거나 아직 닿지 않은 이야기가 물에 비치는 일을 오래 견디다 보면,


바람이 불어도 고독한 심사가 든다. 그런 것이다, 그런 일이다, 시인이란, 시를 쓰고 읽고 시를 보는 것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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