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혜, 이건 우리만의 비밀이지?

by 별이언니


그해 여름 기록적인 더위 속에서

너는 병동으로 들어갔고

나는 아이를 낳았다


홀로 잠들지 못해 칭얼거리는 아이의 머리맡에서

나는 속삭인다


네 곁에 바짝 붙어 너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네 볼에 입 맞추고 너의 작은 등허리를 보듬는 것

누군가에게 이토록 한없이 다정할 수 있다는

해방감

너를 사랑하는 것이

그것만이

나를 구원하고 있어


갈증은 나의 아이도, 너도 죽이지 못한다


너는 오늘 밤 기억나지 않는 꿈을 꿀 것이다

그 꿈에서 우리 모두는

태어나지 않았고

언제나 다정할 것이다

몹시 자유로울 것이다


아무도 죽지 않았다

우리는 살아남았다


<다정한 사람이 되려고 - 나율에게> 중






사랑의 모든 풍경을 지나오느라 다쳤고 닳았고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영원히 되풀이되는 레코드처럼 사랑을 낳는다.


눈동자 속에 떨어진 별의 조각을 넣고 오래 피 흘리는 동족을 지나친다, 오늘도. 밤이 되면 여자는 창문을 열고 손톱으로 창틀을 두드린다.


그건 일정한 파동을 따라 한 것, 심장의 고동소리로 연대를 맺는 일.


마주 보고 손을 맞잡고 부러 입술을 떼지 않아도 태내에서부터 옮아온 무늬가 닮았다, 우리는.


누설하지 않은 비밀은 우리의 것, 자궁의 내림.


눈을 감고 손을 펼치면 조용한 입김이 닿는다. 우리가 나눠 가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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