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누리, 한여름 손잡기

by 별이언니


나는 최선을 다해 최악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차갑게 튀기는 빛을 헤치며 걷는 숲 한 번도 본 적 없던 이 환하고 포근한 풍경에 나는 꽤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 같아 꼭 아름답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아 입 다물고 걸으면 금세 최악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곳에는 내가 아는 얼굴이 많았다 너도? 너도 여기 있었구나 신이 우리를 사랑하셔서, 가엾게 봐주셔서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해주신 거야 우리는 몹시도 기쁜 마음으로 둘러앉아 차를 마셨다 뜨거운 물로 잠깐 바짝 우려낸 차 하지만 돌아갈 수 있을까 그래도 최악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구나 그렇게 말했을 때 누군가, 더 나빠질 수 있을까? 이야기했고, 아니야, 우리는 이미 최악으로 와 있잖아, 그런데 여기보다 더 먼 곳이 있으면 어쩌지 그리고 저 멀리에서는 여전히 최선을 다해 최악으로 걸어오는 아는 얼굴들이 어른어른 보였다.

<나를 사랑하는 나의 신>






최악으로 걸어올 때도 최선을 다한다. 최악에서 만난 우리는 둥그렇게 둘러앉아 차를 나눠 마신다.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최악에서 우리가 다시 만난 것은 신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여름에 손을 잡으면 손바닥은 금방 축축해진다. 나의 땀인지 맞잡은 너의 땀인지 알 수 없지만 왠지 이 손을 놓을 수 없다. 살아간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보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마음은 아득해지지만 이 손을 놓을 수 없는 것. 최선을 다해 너와 함께 최악으로 걸어오는 일.

그렇게 순수하고 올곧은 마음을 읽었다. 바르게 툭 뻗어나가는 소리. 단단하게 영글어가는 잎맥. 오늘의 청춘. 오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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