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두 눈을 뜬다, 여자가 말한다 : 이제 더는 거짓말을 하지 마세요. 여자는 당신, 당신이 알고 있는 방식으로는,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알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여자가 말한다 : 당신 삶의 매 낮, 매 밤과 똑같은, 치유할 수 없는 이 단조로움, 죽음에서 오는 이 확신과 함께, 사랑하기의 결여라는 이 필멸의 작용과 함께, 당신, 당신이 알고 있는 방식으로는, 저는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아요.
남자의 벽을 둘러싼 바다는 검고 여자다. 남자의 침대 위에 누워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여자다. 아니, 여자는 계속 잠들어 있었을까, 사실. 여자의 입술에서 소리가 새어 나오자 남자는 손을 들어 입을 막는다. 여자가 남자의 이름을 부르자 남자는 거절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값을 치르고 오로지 남자가 원하는 방식으로만 응해달라고 한다. 남자는 여자가 보이지 않는다. 침대에 누운 저 검고 아름다운 실루엣이. 남자는 여자를 부를 수 없다.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지만 소유하고 싶은, 남자의 병은 죽음이다. 움직이고 소리를 내고 서성이는 남자가 죽음이다. 내내 잠들어 있고, 어루만짐에도 눈을 뜨지 않는 여자는 생명이다. 이 방은 낮일까, 밤일까. 벽 너머에는 과연 바다가 있을까. 여자는 남자에게서 죽음을 데려갔을까. 친절한 의사처럼 절명기의 마지막 숨을 달콤한 키스로 빨아들이고 남자를 완벽한 죽음으로 데려갔을까. 여자는 사라지고 남자에게는 이 말만이 남았다 : 죽음의 병.
모든 작가는 단 하나의 문장을 남기기 위해 태어났다. 결코 완벽해질 수 없는 단 하나의 문장을 위해 그 모든 텍스트를 쓴다. 영원회귀의 자궁처럼, 치유할 수 없는 병처럼. 뒤라스의 모든 작품은 죽음의 병에서 태어났고 죽음의 병으로 향한다. 아니, 뒤라스의 전 생애가 죽음의 병으로 진동한다. 한 작가의 단 하나의 문장을 읽는 일은 천형과도 같다. 한없이 얇아지고 더없이 가벼워지고 끝없이 투명해지는 문장들은 검고 무거운 파도로 밀려온다. 밤은 고단하고 향기로운 머리칼을 풀고 발등에 눕는다. 여자처럼. 잠에서 깨지 않는 저 침대 위의 여자처럼.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어떤 사랑에 대해, 그러나 평생을 두고 갈망해야 하는 어떤 사랑에 대해. 닿고자 하는 방식, 발화하는 목소리, 태도, 몸짓, 열망, 오만, 한없이 가까워질수록 알아볼 수 없이 뭉개지는 표정을 읽는다 : 죽음의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