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 우리 모두

by 별이언니

내가 여름이라고 말하고,

'벌새'라는 단어를 쓰고,

그걸 봉투에 넣어,

그걸 언덕 아래 우체통에 가지고 가서

넣는다고 해봐, 그걸 열어볼 때면

당신은 떠올리게 될 거야 우리의

시절을, 그리고 얼마나,

정말 얼마나,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지.

<벌새 - 테스에게>



여러 날 동안 실비아 플라스와 레이먼드 카버와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읽었다. 그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한 시인이 평생 동안 쓴 시를 연대순으로 모아놓으면 그의 삶을 어렴풋이 떠올릴 수 있다. 모난 돌이 엉망진창으로 뒹구는 광산을 파고들면 찬란한 금맥이 나온다. 아무리 점잖은 사람이라도 청춘은 시끌벅적한 법.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가난과 불우한 사랑과 중독과 그럼에도 시와 소설과 시와 함께 했던 사람이라면 더욱더. ​


그리고 육체는 쇠락한다. 육체는 슬프다(말라르메), 정말. 생활의 안정과 사랑의 안정이 찾아오자 육체는 그를 버린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치열하게 그는 쓰고 또 쓴다. 한때 중독자였고 도망자였으며 파탄에 이른 자였으나 갈라진 혀로 시를 썼던 시인은 윤기가 도는 생활과 마음을 그지없는 언어로 옮겨놓는다. 그의 시는 너무도 진솔해서 가끔 책장에 손을 얹고 할 말을 잃었다. 소설과 시를 함께 썼던 카버의 언어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그 이야기는 모두 그의 삶에서 흘러나온다. 가식도 과장도 없는, 삶에서 건진 언어는 강력하다. ​


여름을 지나간다. 벌새가 파닥인다. 한 줌의 바람이 흘러나온다. 어느 한 시절이, 눈을 감았다 뜨면 그윽한 마음이 되는 우리의 시절이, ​


시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