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그라시재라

by 별이언니

고드름 녹아 똑똑 지시락물 떨어지는 소

리에 맹치가 재리네

오직허것능가

뒤안 대삽으로 바람 넘어가는 소리 나먼

가심에 눈물 괼세 바람소리 땀시 인기척

못 들었으까미 무단히 봉창 열어본당께

죽은 이가 인기척 내고 오꺼싱가

간이 녹는 말이시

서방이 그리우면 서방 얻어 가것다만, 다

큰 자석 땅밥으로 줘불고 낭께 배람빡 없

는 방에 눴는 것 같네

우리는 모다 새가 되겄네 사람 그리워 보

대끼다 죽으면 새가 된다네


<치술신모, 그리움의 신들> 중



어떤 말에는 혼이 서려 지나가던 귀신도 발을 멈추고 귀를 기울인다.

세상의 누군들 곡절 없는 삶이 있겠냐마는, 월출산 산자락 작은 동네에 밤마다 길쌈 거리를 손에 들고 모이는 이녁들의 사연에 가슴이 저린다. 반듯한 서울말이 아니라 더 혀가 아프다. ​


말은 글자와 달라서 흘러나와 닿을 때마다 꽃처럼 다른 향기 다른 모양으로 피어난다. 사람의 마을마다 저마다의 말들이 살아 같은 남도 말이라도 이웃마다 조금씩은 다르다. 마치 같은 시간을 살아도 저마다 다른 아픔에 머무르는 우리들처럼.​


그러나 말은 나누는 이들끼리 닮아가서 자네 말이 내 말에 어울리고 내 말이 자네 말에 스민다. 행여 넘어질세라 힘이 풀려 주저앉을세라 이 악물고 버티고 선 이의 손을 으스러지게 잡고 살아가는 일. 저마다 다르다고 여겼던 아픔이 이내 우리의 아픔으로 번져드는 일. ​


험한 시간 속을 살아왔던 남도의 여인들. 그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모두 시가 된다. 시인은 여인들의 가슴에 울긋불긋 피어난 멍꽃을 조심스레 담는다. ​


말이 단순해지면서 이야기도 난장을 잃어 밋밋해지는 시절이기에 잊힌 시간 속 여인들의 구성진 말들은 너무나 귀하다. 그 말이 얽혀서 월출산을 흘러내리는 달빛이 되고 밤이 되고 고샅으로 걸어돌아오는 망자의 발소리가 되고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마지막 체온이 되고 한 번만 돌아봐 달라던 자식의 소원이 된다. 육탈하고 남은 뼛조각이 된다. ​


너무 울어 곯아버린 말 말 말. 지나가던 귀신이 발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다 이내 목놓아 울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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