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커튼

모퉁이 정형외과의 물리치료실

by 별이언니

주택가 모퉁이에 있는 오래된 병원은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이다. 나른한 오후시간이면 '이유도 없이 여기저기 쑤시는' 어르신들이 동네 정형외과 물리치료실로 모여든다. 압이 세니 약하니 투덜거리기도 하고 낯이 익은 간호사와 반갑게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내가 왜 여기가 계속 아픈가에 대한 심층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커텐을 열고 나오다가 옆침대에 누워있는 이웃에게 안부인사를 주고받기도 하고 난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쑤시는데 왜 두군데는 물리치료를 못 받는거냐며 화를 내기도 한다.


물리치료실의 침대는 좁아서 예민한 사람은 편안하게 한숨 자기도 힘들지만 오래 들락거려 이미 이 공간이 익숙한 사람들은 종종 숨을 몰아쉬며 짧은 낮잠을 자기도 한다.


녹색 커튼이 흔들린다. 전기치료기며 광치료기에서 시간을 알리는 기계음이 들리면 모두가 아쉬운 마음으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편하지도 않지만 왠지 떠나기 아쉬운 곳이 물리치료실이다. 요즘처럼 추운 날에는 이 따듯한 공간을 떠나 또 바람부는 한데를 뒤뚱거리며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기도 할테다.


전기치료를 받을 때면 기계가 부착된 곳에서 심해어의 호흡소리가 들린다. 초음파치료를 받을 때는 휴대전화나 카드를 만지면 망가진다. 비로소 온난한 바다에 도착한 돌고래들이 부드럽게 등으로 헤엄친다. 가볍고 얕은 잠에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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