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by 별이언니

기쁨보단 슬픔이 매혹적이다. 낮보다는 밤이 마음을 건드린다.


.. 라고 멍하니 생각하면서 출근하는 길, 히터 때문에 부옇게 김이 서린 버스 창문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다 깨달았다. 오열하는 것보다는 폭소가 낫다. 칠흑같은 밤은 무섭다.


매혹적인 것은 슬프지만 슬픔에 무너지지 않는 표정. 마음을 건드려 기어이 창을 열게 만드는 시간은 곧 해가 떠오를 것만 같은 새벽의 어느 즈음.


그 너머에 빛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는 순간, 서늘한 숲은 우리를 한없이 이끈다. 그렇지 않은 슬픔은, 밤은 그저 무기력하다.


두근거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요즘은 모두가 무기력해서 낮도 밤같다.


아침 출근길에 골목에서 붉은 자국을 보았다. 편의점 사장님께서 나와보시더니 토마토 주스 같은 것을 흘린게야, 사람이 피를 이렇게 흘리면 큰일나지, 라고 하셨다. 나는 피흘리는 코를 손으로 틀어막고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이 떠올라 잠깐 움직일 수 없었다.


숲을 감싸는 거대한 반월을 닮은 시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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