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너 캐턴, 루미너리스

by 별이언니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모순으로 이루어진 완벽한 벌집 같아요! 신문은 있는데 그걸 읽을 커피 하우스가 없고, 처방약을 지어줄 약사는 있는데 의사는 없고, 병원은 그 이름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말입니다. 가게에는 언제나 책이나 양말이 매진인데, 둘 다 한꺼번에 없는 경우는 또 없어요. 레벨가에 있는 호텔들은 전부 다 아침만 파는데, 그걸 하루 온종일 팔죠!




좋은 소설의 기준을 인간성의 탐구라고 한다면 이 소설은 분명히 좋은 소설이다. 좋은 소설일뿐더러 재미있기까지 하다. ​


모순으로 가득 찬 벌집 같은 호키티카에는 하늘의 별만큼 다양한 인간들이 있다. 선의는 쉽게 왜곡되고 우연은 배신을 부른다. 모두는 비밀을 품고 있고 피는 엉뚱한 피를 흐르게 한다. 질투는 복수를 부르지만 복수는 제대로 된 응답을 받지 못한다. 착오가 오래된 악연을 한 장소로 불러 모은다. 마치 계절이 돌아오면 하늘에 펼쳐지는 별자리처럼. 인간의 일은 완전한 균형도 매끄러운 순환도 순수한 부름도 없지만 그린웨이였다가 웰스 부인이었다가 카버 부인이 된 고혹적인 점성술 사기꾼의 말처럼 운명이란 것은 있을지도 모른다. 총알보다 행운을 믿는 탄광촌이라면, 한몫 잡아 의기양양하게 귀향하려는 자들이 별의 부름을 따라 모인 곳. 골짜기엔 금도 묻혀 있고 시체도 있다. 물론 출생의 비밀도. ​


이렇게나 다양한 캐릭터들에게 숨결을 불어넣어 시곗바늘이 돌아가게 만들다니 이야기꾼으로서의 작가의 재능에 감탄했다. 홀린 듯 책장을 넘겼다. 도대체 누가 크로스비 웰스를 죽인 거지? 마법처럼 사라진 총알이 어떻게 실종된 청년의 어깨에 박혀 있을까? 사랑을 부르짖는 여자는 돈을 탐했고 사랑을 부르짖는 남자는 아편을 탐했다. 아편의 푸른 향기가 흘러가는 궤적엔 피 냄새가 섞여 있다. 프랜시스와 크로스비와 웰스와 카버, 이름은 뒤엉킨다. 출처 미상의 금은 사라지고 나타나고, 치안판사의 법정이 우스울 정도의 무법지대에서 정의란 철보다 단단한 마오리족의 몽둥이다.​


헐렁한 바지를 입고 계곡에서 야영을 하며 그들이 좇는 것은 금일까? 떠나온 적 없는 집을 찾는 것일까? 유혹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수없이 결심하지만 각자의 정의는 모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스테인스와 안나는 앨버트로스의 울음소리와 함께 배에서 내렸다. 어떤 의미로 그들은 정말 '새로운 시작'을 맞았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지만. 갈망을 덧씌우는데 사랑만큼 아름다운 가면은 없으니까. ​


부서진 두개골과 깨진 심장에서 비밀은 폭로되었다. 탄광촌의 모두에게 행운이 있기를. 오래전에 죽은 빛이 반짝이는 하늘 아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