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주, 우리 다른 이야기하자

by 별이언니

선서하듯이

한쪽 손을 든다

그렇게 하면 물 한 잔이 온다​


두 잔이 필요하더라도

손은 한 번만 든다

세 잔

네 잔이 필요하더라도


<주문>




물 한 잔이 간절할 때, 가만히 한쪽 손을 드는 사람. 요란하게 손을 휘젓거나 큰소리로 누군가를 부르거나 두리번거리며 몸짓을 하지 않고.​


마치 선서하듯, 무언가를 맹세하듯, 심장에 장미 덩굴을 두른 듯 엄숙하게 한쪽 손을 드는 사람. ​


마침내 그에게 누군가 왔을 때. 필요하신 게 있으세요? 무감한 질문이 돌아왔을 때. 혀가 사막처럼 마르고 목구멍은 적도처럼 타오르고 끈적한 감정이 사방에 엄습할 때. ​


조용히 물 한 잔을 청하는 사람. 그에게 한 사발의, 한 대야의, 섬과 섬 사이의 파도가, 먼 우주 너머 물로 이루어진 행성만큼의 목마름이 있다고 하여도. ​


손은 딱 한 번만. 버짐핀 입술은 단 한 번만. ​


그의 앞에 놓인 투명하고 조그만 유리잔. 거기 말끄러미 담긴 물 한 모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