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언 산문집, 직업전선

by 별이언니

당신의 손에 들린 도구에 대해 들려주세요.

당신의 육체 피로에 대해 들려주세요.

그러면 나는 내가 아닌 당신의 이야기를 소리 나게 만들 겁니다.

당신이 휴일마다 되풀이해 보면서도 매번 처음인 양 좋아하는

자연 풍경들도 잔마디와 잔마디 사이로 스밀 겁니다. 그러나

그 풍경들이 인간을 대신하지는 않도록 할 거예요. 조물주의

자연은 노동을 하지 않으니까요. 세계는 노동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새의 근육에 대해서만 노래하진 않을 겁니다.

나는 당신의 날개가 쉴 그늘에 대해서도

그늘 속에서 울려 퍼질 지저귐에 대해서도 노래할 겁니다.

서로의 깃에 부리를 파묻는 순간에 대해서도

그리고 당신에게 깃털 하나만 남기고 떠날 이에 대해서도

당신의 보금자리에 대해서도 노래할 겁니다.

만약 당신이 그러한 종류의 새가 아니라면

낙엽이 되는 당신에 대해서도 노래할 겁니다.

당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당신은 어떤 것도 될 수 있으니까요.

당신은 모든 것이니까요.


<포크 가수> 중



세상의 모든 직업을 쓰진 않지만, 세계에 깃든 인간 혹은 인간에 깃든 세계의 기묘함에 대해서는 충분히 말하고 있는 책.​


아니, 충분한가. ​


그에게 일 년의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우리는 더 두껍고 더 충실하고 더 기묘하고 더 뒤틀리고 더, 더, 더, ​


편집자여, 그-저자에게 일 년의 시간을 더 주시면 안 될까요? ​


세상의 모든 얼굴에 깃든 시인을 발굴하느라 기묘하게 뒤틀린 저 척추에게

그러면 그는 퇴고하고 탈고하고 다시 수정하고 만족하고 찬탄하다가 비탄에 젖어 울부짖으며 다시 일 년의 시간을 구걸하겠지.

그래서 세상의 모든 책은 영원히 완성될 수 없고,​


이 책의 모든 직업 중 저자가 가장 슬픈 존재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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