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 그림자 안에 발을 들여놓자
계절 하나가 새로 태어났지
<무국적 바람> 중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느냐고 물었다. 첫눈에 반했던 사람이 있었다고. 그분이 지금 배우자세요? 아뇨, 우리 남편은 첫인상은 그저 그랬어요, 하핫.
그저 그랬던 인상의 사람과 결혼한 사람을 두 명이나 만난 날. 둘 다 내게 첫눈에 반했던 어느 순간을 이야기해 주었다. 첫눈에 반한 적 있으세요? 그건 너무나 신기한 일이었어요.
첫눈에 반한다는 일은 세계가 하나 태어나는 일. 그런데 그건 모든 사랑이 그렇지 않은가. 느리든 빠르든 연약하든 견고하든 사랑은 거푸집과 같아서 사랑에 든 모든 것들을 자신의 라벨로 찍어낸다. 그래서 사랑하는 동안에는 모든 감각이 조금씩 뒤틀리고 사랑이 끝나면 세상이 무너진다고 표현하는 거겠지.
첫눈에 반한 적 있으세요? 그럼, 그럼요.
세상의 모든 사랑은 어쩌면 다 첫눈에 반하며 시작할 거예요.
밤새 내린 눈이 녹아 사라지는 동안 시를 읽다가 어느 시는 어금니로 지그시 물고 있었다. 기어이 사랑으로 돌아오는 마음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