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현 시집, 모든 나는 사랑받는다

by 별이언니

이리저리 움직이는 불을 보다 보면 저렇게

왁자지껄한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는 게

혼자 손뼉치고 노래하자 그러자

미래가 생겨날 것 같다 미래의 미래까지도​


때로 그것이 전염 같을지라도

캠프파이어가 끝나고 난 뒤 따라오는 평화처럼

불씨가 더 꺼져버린 이후에는

사람을 처음 때린 순간이 생생해진다

그 이름을 늘어놓으며

쇠꼬챙이로 타다 남은 재를 뒤적거린다

나열이 끝난다 해도 실천하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 내게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는 순간

화가 나는 게 느껴진다

이 사실이 나를 살게 한다


<촉력> 중




마음을 이렇게나 깎아내면 우리의 심장은 다이아몬드가 될텐데. 운석이 떨어져도 흠집 하나 나지않는 금강석.

그런데 사실은 허공에 떠다니는 먼지에도 쓸리지. 빨갛게 흉터가 남지. 물에 닿으면 아프고 잠을 자다가도 쓰라려서 눈을 뜨는.

이상하다, 우리의 심장은 이미 무적이 되었을텐데, 곰곰 생각하다 보면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물주머니처럼 물렁거려서

사납고 꼿꼿하게 서있어도 발이 움직이지 않아. 소름끼치도록 이상한 세상.

이쑤시개의 창을 들고 먼지투성이 로시난테를 타고 풍차를 향해 돌격하는 것은 우리의 방식이 아니지.

하얀 이마를 마주대고 과거와 미래의 손을 마주 잡고 ​


필승의 주문을 외는 일. 사랑받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 일. 그것만이

피투성이의 얼굴을 반듯하게 들고 여기 우리가 서있는 힘이지. 다이아몬드의 심장, 시고 - 물주머니의 영혼, 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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