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성, 내가 이유인 것 같아서

by 별이언니

바람이 불고 번개가 치고 한 살밖에 안 된 뾰롱이가 짖는다 두려워하는 뾰롱이를 안고 베란다로 나가 검은 세계를 보여준다

저게 어둠이야

뾰롱이는 창밖을 보다 내 목을 핥는다

죽을 거야 사소하게 너도 나도

잘 있어 인사하듯

돌아와 글을 쓴다 모든 글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있다

뾰롱이는 나를 지키고 지켜보다 잠이 든다 죽은 것처럼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펴고 앉는다 바른 자세로 죽자 며칠이 지나 누군가 들어와 볼 때 경외감을 갖게 하자

잘생긴 시인이 불멸을 적다 생을 마감했다 강아지가 함께 잠들었다

여기까지 쓰고 웃는다 죽은 시인은 있는데 잘생긴 죽은 시인은 없으니 나는 불멸인가

죽기 전에 누가 알겠어 죽으면 죽어서 모르고

뾰롱이를 손가락으로 밀어 깨우며 굳이 말해주었다

아침엔 꼭 눈을 떠야 해

해가 거기 있으니까


<영원히 인사>




젖먹이 아기들이 잠투정을 하는 것은 본능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아기들은 잠드는 것을 죽음과 동일시한다고. 의식이 사라지는 것을 아직 이해할 수 없으므로 필사적으로 깨어 있으려고 한다고 했다. ​


자라면 잠들지 못하는 것이 고통스러운데, 오죽하면 꿈도 꾸지 말고 자라고 인사를 건네는데.​


어느 날엔 마지막 일기를 쓸 테고 나도 불멸이 될까. 언젠가 낮잠에 대한 시를 쓰며 임사체험이라고 적은 적이 있다. ​


우리는 모두 죽었다 다시 태어나는 거라서 ​


가끔은 밤에 잠들 때 아기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캄캄한 방의 천장을 올려다본다. 그러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궁금해진다. ​


아침에 해를 보기 위해 눈을 뜨는 것처럼 매일을 살아가는 것은 단순하고, ​


어쩌면 동력은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가족, 연인, 강아지, 내일의 날씨, 사소한 모든 것.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들. ​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목을 길게 늘이고 눈을 감는 일이 시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