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프 자우하르, 심장(은유, 기계, 미스터리의 역사)

by 별이언니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우리가 일일이 다 통제할 수는 없다. 우리 힘이 미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신문을 읽고, 경쟁적 경제 환경 속에서 가족을 부양하고, 우범 지역에 사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없다. 그런 요소들을 통제하려면 꾸준하고 집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결정과 행동만으로 제어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오래오래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고 싶은가? 금연하라. 운동하라. 식습관을 개선하라. 대인관계에 공을 들이되,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곤경과 정신적 외상에 각별히 주의하라. 우리의 마음 상태, 대처 전략,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식, 심적 고통을 초월하는 능력, 사랑하는 능력 또한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결정적 요소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의 모든 부분이 특별하지만 심장은 은유적으로도 각별하다. 심장은 영혼을 담는 그릇, 감정이 태어나는 장소, 인간의 중심, 장미다. 모든 감미로운 노래들이 심장으로 몰려들고 격렬한 인생의 파노라마가 심장에서 흘러나온다. 심장은 생명의 정수라고 여겨졌던 피를 만들어내는 장기로 오래 알려져왔다. 사랑을 상징하는 기호가 심장의 모양을 닮은 것은 우연일까. 산산이 부서진 인간의 가슴뼈 속에서 느리게 박동하며 피를 뿜어내다가 이윽고 멈추는 심장을 목격한 누군가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린 그림일지도 모른다.

오래전에 점을 보는 사람은 나에게 '당신은 심장이 멈춰서 죽습니다'라고 예언했다. 아, 그렇습니까. 나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이 에피소드를 들은 모두가 웃지만 나는 여전히 진지하다. 물리적인 심장이 멈춰서 죽는 것일까, 아니면 정서적인 의미의 심장이 멈춰서 죽는 것일까. 그 죽음은 무엇을 의미할까. 나는 망상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모두 망상하는 자는 아니지만 누구나 조금은 심장에 환상을 품고 있다. 규칙적인 속도로 뛰는 심장, 멈추지 않고 뛰는 심장, 저 멀리 손끝과 발끝까지 피를 흘려보내는 심장, 피로 가득 찬 주머니, 따뜻하고 말랑하고 너무나 소중해서 때로는 강박적인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심장은 인체의 중심에 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집중하면 심장의 떨림을 느낄 수 있다. 나의 생명은 이 작고 성실한 장기에 백 퍼센트 의존하고 있다.

생명의 근원이며 동시에 죽음에 가장 가까운 불수의근에 매료되는 운명은 그야말로 피투성이다. 몇 년 전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에서 심장전문의는 전공을 선택하게 된 순간을 회고한다. 수술 중 열린 가슴에서 박동하는 심장을 보았을 때 두려움과 매혹을 느꼈다고. 수술보로 덮인 몸 가운데서 힘차게 뛰는 심장이란 생명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렇게 심장에 매료된 의사들은 곧 좌절하게 된다. 심장의 병은 쉽게 고칠 수 없다. 다른 장기들처럼 손상이 되면 잘라낼 수도 없고 움직임이 조금 둔하거나 기능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심장이 제대로 뛰지 않으면 느리든 빠르든 환자는 죽는다.

그래서 많은 심장전문의들은 심장이라는 난제에 도전한다. 자신의 팔을 갈라 혈관으로 쇠붙이를 밀어 넣는 광기부터, 살인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꾸준히 환자의 심장에 새로운 실험 장치를 붙이는 무모함까지. 그들이 넘은 전장은 그야말로 피비린내가 난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들은 꼭, 심장을 살리고 싶었다. 속절없이 환자를 떠나보내지 않도록, 인간의 힘으로 인간의 육체를 장악할 수 있도록. 그건 인간만이 꿀 수 있는 꿈이다.

책의 말미로 넘어가면서 묘한 감정이 들었다. 심장을 인간다움의 근원으로 여기는 정서는 여전히 강한데 심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계장치가 필요하다. 한 저명한 물리학자는 인류의 멸망은 피할 수 없으니 모두가 기계 인간으로 진화하자는 말도 했다던데, 고장 난 심장을 고치기 위해 기계 심장을 다는 것은 인위적인 진화의 첫 단계가 아닐까도 생각했다. 심장이식의 행운을 잡은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심장질환자들은 심장에 조그만 기계장치를 달고 산다. 기계장치는 완벽하지 않아 제세동기의 충격이 트라우마가 되어 정신적인 문제를 앓는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는 숨이 차 입술이 파란 환자에게 심장을 보조할 기계장치를 달아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고장 난 심장을 계속 뛰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더 나은 방법을 찾아 많은 모험가들이 피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이 진보의 끝이 어딘지, 그것이 과연 인류에게 더 나은 길을 제시할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외할아버지와 친할아버지, 어머니를 모두 심장마비로 잃은 저자 또한 경미한 심장문제를 가지고 있다. 병원에 가면 그의 차트에는 병든 심장의 목록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차 앞 유리에 후두두 떨어지는 빗방울에서, 부엌에서 저미는 사탕무에서, 잘라놓은 딸기와 베어낸 체리에서, 그리고 매일 아침 커피 잔에 우유를 살짝 붓고 둥글게 저을 때 그려지는 나선형 파동에서' 심장을 본다. 심장전문의인 그에게조차 심장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장기이다. 심장은 살아있는 기쁨이다. 살아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 그 자체다.

그러므로 그는 말한다.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기계장치의 발명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더욱 삶을 만끽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죽음은 갑작스레 온다. 건강한 심장도 취약기에 잘못 충격을 받으면 바로 멈추기도 한다. 불운의 별이 머리 위에 있다면. 알고 있는 죽음의 원인을 극복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살아있는 순간을 사랑하고 아끼는 노력도 필요하다. 바로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의 얼굴을 쓰다듬는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바로 그때 우리의 심장은 금빛 환희로 가득 찬다. 심장은 사랑이 태어나는 그릇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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