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를 처음 타는 아이들처럼
불행을 마주보았다
<완벽한 날씨 아래서> 중
언제부턴가 여름이 좋았다.
사라지기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했다.
깨끗하게 푸른 하늘과 커다란 구름 아래서 눈을 감았다 뜨면
거기 있었냐는 듯 없을 수도 있었다.
나의 불행은 싱겁고 가볍고 사소해서
사라진 흔적도 옅을 테니까
여름은 그 흔적도 몽땅 가져가 버리겠지. 무시무시한 열기로.
여름의 대기가 뜨겁고 습한 것은 아마
가져가버린 마음들이 채 사라지기 전 만져버려서일 거야.
여름의 놀이터에선 시소를 타자.
엉덩이와 허벅지가 불타오르도록
싱겁고 가볍고 사소한 불행을 담담하게 마주 보며
완벽한 날씨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