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국희, moonbow

by 별이언니

시소를 처음 타는 아이들처럼

불행을 마주보았다


<완벽한 날씨 아래서> 중



언제부턴가 여름이 좋았다.

사라지기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했다.

깨끗하게 푸른 하늘과 커다란 구름 아래서 눈을 감았다 뜨면​


거기 있었냐는 듯 없을 수도 있었다.

나의 불행은 싱겁고 가볍고 사소해서​


사라진 흔적도 옅을 테니까​


여름은 그 흔적도 몽땅 가져가 버리겠지. 무시무시한 열기로.

여름의 대기가 뜨겁고 습한 것은 아마

가져가버린 마음들이 채 사라지기 전 만져버려서일 거야.​


여름의 놀이터에선 시소를 타자.

엉덩이와 허벅지가 불타오르도록

싱겁고 가볍고 사소한 불행을 담담하게 마주 보며

완벽한 날씨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