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편히 자거라, 아무도 못 나가게
깊은 강을 가로질러 숲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아빠가 다 태워버렸단다
<비밀의 숲> 중
그래서 어쨌든 문학이란 사람의 이야기다. 사람이 하는 이야기이고, 사람에게 하는 이야기이다.
나이가 들면서 남아있던 먼지 한 톨의 외향성도 사라져 매번 심장을 쥐어짜 말을 꺼낸다. 내게 사람은 세상을 닫고 열만큼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무엇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사람을 떠올리며 시를 쓴다. 막연하고 희미하지만 이어지고 싶어서. 그늘에 숨어 바라본 당신들의 찬란함을 쓴다.
태어나 자라고 사랑을 하고 사랑을 잃고 가족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 삶의 이어짐이 시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헝클어진 아이의 머리카락이나 흙이 묻어 더러운 열 개의 발가락 앞에서 심장을 쥐어짜는 용기를 내어야 하는 일. 살아간다는 것은 소중한 것을 만드는 일이다. 어찌할 수 없이.
한 편도 허투루 읽을 수 없는 시집을 앞에 두고 나는 애틋하다 못해 미어지는 심정이 된다. 하루하루 한순간 한순간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숨 막히게 떨리는 일인지. 생명을 담고 있어 따뜻하고 다정한 것들의 오늘과 내일이 그저 평화롭기만을 바라는 마음은 또 얼마나 간절한 것인지. 시의 언어 하나하나에 나는 얽매인다. 세포 하나하나 공감한다.
이삼 년 후에 나는 또 시인의 새 시집을 읽고 있겠지. 시인의 소중한 것들은 더 늘어나 세상은 무거워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왠지 시인의 두 팔과 다리는 더 튼튼해져 성큼성큼 우주를 가로질러갈 것 같다. 그의 궤적에 빛날 시들은 또 얼마나 간절하고 소중할까. 즐겁게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