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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임 Nov 20. 2023

아니 에르노, 여자아이 기억

어떤 일이 벌어지는 그 순간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 지닌 무시무시한 현실성과 몇 년이 흐른 뒤 그 벌어진 일이 띠게 될 기묘한 비현실성 사이의 심연을 탐색할 것.




그것이야말로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떨어질 수 없지만 결코 겹쳐지지 않는 간극을 바라보는 일. 끝끝내 사라지지 않아 눈을 감을 수도 없게 하면서 손에 잡히지 않아 목을 비틀어 없애버릴 수도 없는 어떤 일들. 한 인간을 새로운 인간으로 바꾸는 폭력. 거리를 두는 일에 실패하면 투사나 병자가 되고 깨끗하게 잊어버리면 천국의 주민이 될 수도 있지만 잊을 수도 없고 움켜쥘 수도 없어서 우리는 작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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