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현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 사랑이 많아서. 이런 세상에 사랑이 많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험인가. 제명에 죽지 못할지도 모른다. 사랑이 많다는 건. 길에서 모르는 사람이 날붙이를 휘두르는 세상에 살면서 자기 안에 뜨겁고 날카로운 사랑을 그렇게나 많이 담고 있다는 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 출렁 휘청 출렁 휘청.
시인의 사랑은 너무 커서 감출 수도 없다. 너무 큰 사랑은 종종 비명이나 통곡으로 터져 나온다. 맑고 고요하게 흐르는 눈물 같은, 우아하게 처치 곤란한 것들이 아닌, 절박하고 간절한 것이라.
시인의 사랑이 오월 햇볕에 은근하게 말라붙어 진득한 자리만 남았으면 좋겠는데. 이 세상이 사랑 따위 필요 없이 온화하고 평화로워지면 좋겠는데. 아픈 자리 앞에 울음을 터뜨리지 않아도, 망가진 자리 곁에서 대신 고함을 질러주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면 참 좋겠는데.
요원하다, 인간의 세상은. 사랑을 읽다가 낮을 보내버렸다. 밖에는 정말 겨울바람이 불고. 난로를 켠다. 방의 가장자리로 고요히 밀려나는 온기. 온기를 끌어안은 냉기. 마음에 바람이 분다, 정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