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읽다가 덮고 무언가를 썼다. 여러 번.
맑고 말랑말랑한 것들이 솟아났다.
사람 손이 닿지 않은 들판을, 몇백 년 거기 있던 성벽을, 누군가 태어났다는 집터를, 어두워지고 나서 한 발짝 늦게 불이 켜지는 동네 서점을, 마시기 좋게 차가 식는 동안 창밖을
두 사람은 나란히 바라봤을 것 같다. 서로를 마주 보는 수고 대신
같은 것을 보고 가만히 느꼈을 것 같다. 손이 닿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을
이 시집 표지의 왼쪽 하단엔 우정시집 이라고 적혀 있다. 알려주지 않아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의 언어는 어떨 땐 빈약해서
우정이니 사랑이니 하는 것들은 커다란 주머니가 되기도 한다.
거기 부는 봄바람에 이마를 식히고
두 사람은 나란히 웃음을 터뜨릴 것 같다. 네가 있어서 좋아, 참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