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텔은 어디에 있을까. 북쪽이라 하니 북쪽에 있겠지. 일조량이 적고 아침이면 안개가 끼는 곳. 크지도 않지만 작지도 않은 도시. 해풍에 하얗게 말라붙은 벽돌로 집과 길을 쌓는 곳. 하루 중 해가 가장 높이 올라오는 오후가 되면 집집마다 창문이 열리고 빨래가 나부끼는 곳. 영혼의 잔량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 찾아가도 꿀처럼 농후한 시간에 사로잡혀 가까스로 견디게 되는 곳.
그곳에는 사랑에 지쳐 나부끼듯 찾아왔으나 사랑을 버리지 못하고 또박또박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
낡은 타자기로 친 듯 여백이 많은 행과 연 사이를 걷는다. 안개가 걷힌, 하루 중 가장 햇빛이 풍부한, 꿀처럼 녹진한, 해풍이 먼지를 쓸어가는 골목을. 멀고도 가까운 벗들의 조촐한 만찬에 초대되어. 마른 빵과 포도주를 들고. 모퉁이 꽃집에서 산 꽃 한 다발도 같이.
그렇게 시간과 공간을 건너,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지나, 북쪽호텔의 다락방으로 간다. 정작 시집에는 얼마 등장하지도 않는. 이 호텔은 바닷가 낭떠러지 위에 있거나 혹은 마을의 한가운데 있겠지. 얼어붙을 듯 추운 마음이 가까스로 버티는 중이거나 그 시간을 아득히 건너와 이제 먼지처럼 빛나는 부스러기만 남은 평화를 누리거나.
나는 이 아름다운 고요가 마음에 든다. 사랑마저도 입술에서 하나하나 투신할 듯 막막한 이 고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