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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임 Sep 12. 2024

박소란, 수옥


잠들기 전 넌지시 물어봐야지

나를 닮은 사랑에게 

울음이란 게 어째서 생겨났을까 하고


<세수> 중



물에 비친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꽃이 되었다는 이도 있고, 꽃을 따러 나무에 올랐다가 꽃과 함께 물에 가라앉았다는 노래도 있다. 옛이야기를 생각하며 세숫물에 비친 얼굴을 본다. 나의 표정인지 물주름인지 일렁이며 갸웃하는 얼굴. 


지금 나는 세숫물에 비친 얼굴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간밤에 흘린 눈물이 고인 웅덩이에 쪼그려 앉아 있는가. 매일의 불행이 시큰한 통증처럼 찾아오는 날. 입술을 다물고 눈을 가늘게 뜨고 막막한 표정으로 병원 복도의 간이의자에 앉아있다 보면 누군가 내 이름이 아닌 호칭으로 나를 부르는 일. 내가 아프거나 옆 사람이 아프거나 하는 일들이 반복되는 것이 생활이라고 한다면,


한 톤 바랜 색으로 세상을 덧입히고 고요히 목을 늘이는 이도 있겠지. 그이는 자신의 시를 물의 구슬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했지. 물방울은 쉽게 흩어지니까. 물로 만든 구슬은 깨지지 않으니까. 그것이 눈물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내일이 기다려진다면 손을 뻗어 비누를 잡아야지. 거품을 내어 얼굴에 얹어야지. 물은 흐려지고 나는 사라진다. 보풀이 일어난 오래된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면 오늘이 저문다. 지금 잠들어도 몇 시간 후면 거짓말처럼 눈을 뜨리라. 


그것을 산다는 일이라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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