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할 때 인생은 뒤통수를 친다. 여름 감기에 지쳐 꽃을 주문했다. 우산을 들고 근사하게 꽃집에 가고 싶었는데 그러진 못하고.
퇴근했다 출근하니 사무실 책상 위에 꽃 상자가 놓여 있었다. 스파이더 거베라. 처음 보는 꽃. 분명 나는 거베라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거베라를 사랑하게 된다. 힘이 들 때마다 거베라의 얇은 꽃잎에 시선을 둔다. 나의 슬픔을 먹고 천천히 무거워지는 꽃.
여름꽃은 화려하고 크고 그래서 좋다. 자잘하고 연한 꽃들보다 송이가 크고 색이 짙은 꽃을 좋아한다는 취향을 새삼 알게 되고. 창밖은 폭우. 이 비가 지나가면 다시 타는 더위가 온단다. 그래도 서정이라는 말은 여름과 가장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