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보로시

by 별이언니

언젠가, 햇빛 찬란한 어느 날, 생각했다. 가장 아름다운 감정은 거품 속에 갇힌다고. 슬픔이라는 버블이 피어난다고.

환상은 자라지 않는다. 잃어버린 손가락이 아직도 움직이는 것처럼. 상냥하기 때문에. 철의 심장은 움직여 균열을 메꾸는 연기의 짐승을 기른다. 차갑지 않은 눈송이가 내리는 하루를 끌어안는다. 녹지 않는 환상이 버블버블 피어난다.

자라는 것은 떠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찬란한 순간을 걸어 나오면 캄캄한 터널. 희미하게 비치는 빛이 구원일지 파멸일지 모른다. 아프다. 자라는 것은 아픈 것. 뼈가 늘어나고 살이 뒤틀리는 일. 폐가 날아가고 심장이 부푸는 일.

다정한 신도 도저히 메꿀 수 없이 자라면 깨지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두려워 주저앉기도 하고 조각조각 부서지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고도 한다.

거품 속에 뼈가 자란다.

손바닥 위에 올려둔 감정이 조금씩 녹는다. 손바닥이 흥건해지고 서서히 무너진다. 눈물을 흘리며 나도 녹아내린다. 가는 뼈가, 희미한 피부가, 간지러운 솜털이

눈을 뜨니 햇빛 찬란한 어느 날이었다. 손바닥 위에서 흰나비가 날아오른다. 그해의 첫 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