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어머니의 등을 바라보며 삶이 이어지는 한 모든 순간은 새롭다는 것을 안다. 고통도 기쁨도 방금 전과 동일한 것은 없다. 익숙해졌다면 가슴이 이렇게 아플리가 없다. 여전히 고통은 나를 무너뜨리고 기쁨에 손톱이 떨린다. 신이 인간을 빚었다면 어떻게 이렇게 질기고 강하게 만들었을까 감탄할 정도로. 무덤을 파는 삽날이 차갑게 갈비뼈를 부러뜨리는 듯 밤이 나를 짓눌러도 어김없이 다음 날 눈을 뜬다. 무감하다 되뇌이나 여전히 낯선 아침이다.
삶을 견디는 기쁨이라니, 대체 견딘다는 말과 기쁨이라는 말이 나란히 설 수 있나 생각하며 산책을 하다가 어린 딸과 그네를 타는 젊은 아비를 보았다. 어린 딸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손가락을 보며 생각했다. 아, 우리의 삶은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깨져서 다른 풍경을 비추는 것이구나. 아무리 사랑한다 한들 눈앞에 있는 어리고 연한 딸의 삶을 저 아비는 알 수 없다. 누구의 태를 빌려 태어났든 우리는 모두 혼자다. 고독은 모든 생명의 숙명이다. 그러니 그것을 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주어진 시간이 흘러 생명이 꺼지면 캄캄한 자리에 고독도 사라진다. 고독은 두근거리며 뛰는 심장에 깃든다.
그러니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을 견디는 것이 삶이랄 밖에. 평생 삶이란 것에 저항하며 질문해왔던 작가의 글들은 시니컬하고 차갑다. 하지만 겨울철 누군가 오래 쥐고 머물다 떠난 철봉처럼 차가운 표면 안에 은은한 온기가 있다. 겨우 체온의 흔적 밖에 느껴지지 않는 글들이 되려 진심에 가깝다. 책을 끝까지 읽었음에도 여전히 답을 알 수 없다고 말하면 보일 듯 말 듯한 미소가 돌아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