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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교 시집 <난 혼자지만, 혼밥이 좋아>

by 별이언니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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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의 명수로서... (지금으로부터 십수년 전, 을지로 골뱅이집에서 혼자 맥주마시던 내공이 있다. 몰려드는 아저씨들이 좀 귀찮았지만.자기들은 일행도 있으면서 왜 나의 외로움을 걱정하는 걸까.정작 나는 외롭지 않았는데, 들큰하게 취해서 흉하게 비틀거리며 말을 거는 그들은 아마도 외로웠을지도.) 혼자의 정서는 아니다. 시인은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닌가 보다. 골방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어도 툰드라를 달려가는 어느 강인한 뼈들을 떠올리고, 오래 전 별이 총총한 밤 우물가에 가만히 앉아 울음을 토하던 누이의 등을 차마 다독일 수 없어 바라도 보고, 멀리 우주로 유영해 블랙홀에도 들어가보니. 온갖 것들과 이야기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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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내 방의 벽이 무너질 때 거기 숨겨두었던 목소리들이 봄철의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날아올라 사방으로 흩어질까봐 겁이 나는데, 그렇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사느니 차라리 시로 쓰는 것이 낫겠다 싶다. 네모반듯한 글자에 가둬서 이렇게 어디 세상 구석에 조약돌 놓아두듯 두고 오는 것도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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