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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훈 시집 <보이저 1호에게>

by 별이언니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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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은 두툼하게 썰어야 맛있어, 입안 가득 날생선의 살을 밀어넣고 이빨을 박았을 때 물에서 산 것들도 살은 기름지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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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하고 기름진 언어가 있다. 이빨을 박으면 고소한 기름기가 혀에 번진다. 살아서, 살았던 것을 저며 이렇게 씹고 있다니, 그것이 맛있어서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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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 1호는 멀고 차가운 우주로 갔다. 하지만 시가 아름다운 것은 눈으로 닿지 않는 여행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흙에 발을 파묻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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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하는 마음과 움직이지 않는 발. 그 눈물나는 안간힘이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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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고 시를 읽는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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