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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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지워도 나는 넘쳐난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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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많을 때 역설적으로 나는 사라진다. 이토록 많은 나의 피아가 구분되지 않아, 아니 되려 또렷하게 느껴져서 나는 나를 손절해 보기도 한다. 나를 지워놓아야 그나마 살 것 같은데, 이렇게도 숨쉬는 것이 힘드니 나는 이미 죽은 것인가. 이 생이 꿈인듯 생시인듯 또렷하지 않아 손등을 꼬집어보는 대신 죽은 아버지의 무덤에 가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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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도대체 저승으로 뭘 데리고 가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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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실감을 당신은 믿는가? 살아있다는 증거는 무엇인가? 수몰마을의 유령들처럼 무수히 돋아나는 나에게 묻는다. 너는 나인가? 나는 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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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릴 수 없는 버스에서 계속 멀미를 하고 있다. 들끓음에서 쉽게 걸어나올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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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