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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관 시집 <슬픔도 태도가 된다>

by 별이언니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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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즈음 더운 어느 날 가끔 바닥에 벌렁 누워버리면 분명히 천정으로 막혀 있는데도 바람이 불고 구름이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 땀에 젖은 이마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이 천천히 가벼워져서 바람에 살랑, 흔들리는 것처럼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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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 좋은 것은 어지간히 더워도 에어컨 켜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점. 창문을 열고 바람을 찾는 마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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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앉아 흘러드는 냄새로 그날 저녁 식탁 풍경을 상상하는 일도 아마 그런 거겠지. 어느 날 눈을 들어보니 몸에 병이 들고 아름답던 사람들이 묵묵히 늙어있겠지. 손을 올려 얼굴을 만지면 애쓰지 않아도 일일이 떠오르는, 그 촘촘한 시간들이 장구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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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과 사랑하는 일과 시를 쓰는 일.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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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듬하게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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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느 호명보다 아름답게 '아내'를 불러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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