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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일 시집 <나무는 나무를>

by 별이언니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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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들의 풀을 꺾어 길을 만들고 나무를 베어 집을 세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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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집이 모여 마을이 되고 마을이 커져 성벽을 이루고 파수꾼이 밤을 지키는 도시가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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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어디 갔을까, 그 시절의 커다란 나무들, 금빛 수액이 흐르는 숲의 이끼들, 인간을 홀리려고 노래를 부르던 짐승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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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백지를 접어 고요히 놓으니 거기 잊어버린 숨소리가 생생불식 들린다. 다 어디 갔기는, 다 여기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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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어리석어 잊고 나면 뻔한 것도 보지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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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금빛 호랑이와 무지개 거미 벗삼아 진귀한 이야기를 희롱해 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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