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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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옥상에 올라가면 근사한 저녁 노을을 볼 수 있다. 유차청을 넣은 냉차나 히비스커스 아이스티를 한 잔 만들어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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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컵은 클 필요도 없는 유리컵. 노랗고 작은 꽃들이 흩뿌려진 무늬면 좋다. 노랗고 붉은 하늘이 컵속으로 가라앉고 어느 계절에 피었는지도 잊은 꽃들이 떠오르고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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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런 꽃들의 움직임을 보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 얼음을 넣어 차가워진 여름 노을을 목구멍으로 꿀꺽 삼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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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료시카 인형을 열면 마트료시카 인형이, 마트료시카 인형 안에는 또 마트료시카 인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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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잠시 그친 궂은 날, 가보지도 않은 옥상과 마셔보지도 않은 냉차, 금방이라도 바퀴가 빠질 것 같은 트렁크를 들들 끌고 찾아간 어느 호텔방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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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슬픔을 놓치지 않고 시침핀으로 꾹, 눌러두면 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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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런 시를 읽기 위해 이 여름을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