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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시집 <호시절>

by 별이언니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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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다정한 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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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 무릎이 상한 아이에게 다가가면 정수리에서 침냄새가 난다. 꼼꼼하게 상처를 핥아 피도 흙도 아픔도 상한 기억도 남김없이 가져가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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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호시절을 궁리한다는 일은 얼마나 마음이 쓰이는 일인지. 금방이라도 모로 누워 잠을 청해야 할 것처럼 피로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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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길고 깨지 않는 꿈을 건너간다. 눈쌓인 산의 동굴로, 불이 올라가는 메밀밭으로, 작은 개가 마중나오는 집으로, 부지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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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죽어서도 죽지 않은, 죽지 않아서 죽은 듯한 어느 호시절을 듣는다. 살짝 눌리고 접힌 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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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호시절을 기록한다는 일은 사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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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호시절을 지나버려 야위거나 지치거나 늘어진 몸들이 등을 맞대고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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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두 사람이/사랑에 빠지는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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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요, 아무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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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지는 식물의 언어로 예쁜 동물의 몸짓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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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사랑 시집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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