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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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다가도 문득 아, 내가 지금 숨쉬고 있구나, 깨달을 때가 있다. 밥을 먹다가도 새삼스레 아, 내가 지금 밥을 먹고 있구나, 하며 멍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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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런 것 아닐까. 시인은 걷다가도 아, 내가 시를 쓰고 있구나, 생각하고 주머니에서 시를 꺼내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먼지가 좀 묻고 구겨진 시를 바라보다 어쩌할 바 모르고 다시 꼭 쥐고 걷는다. 밤에 겨우 펼쳐본 손바닥 속에 시는 남루하고 뭐랄까,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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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인은 악몽에서 시를 거둬오고 어떤 시인은 물로 씻어 햇볕에 널어 말리기도 하고 어떤 시인은 입맞추고 어르다가 모가지를 뚝 꺾어버리기도 한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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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하고 몸을 펼치지도 않은 시를 앞에 두고 늦은 저녁으로 라면을 후루룩 거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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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을 모두 시에게서 배웠다니 이렇게 어설프고 무서울 수가 있나. 배울데가 없어서 시에게서 생활을 배우나. 시는 입도 코도 눈도 없는데, 커다랗게 구겨진 귀 하나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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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커다랗게 자란, 머리가 어설프게 센, 늙은 소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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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마주 하고 곤란하다는 듯 눈을 떼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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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삭은 소리로 무너지며 노래를 부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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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순정이, 부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