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학 시집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by 별이언니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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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정갈하게 씻고 깨끗한 옷을 갖춰입은 뒤, 북쪽을 보고 서서 두손을 맞잡고 세 번 절한다. 이름들이 모두 불살라 흩어지면 손에 남은 재를 헹구고 그 물을 찍어 제문을 쓴다. 나는 이 시집을 읽으며 길고 긴 제례에 길을 잃고 휩쓸려 밤 내내 죽은 자들의 이름을 듣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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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들이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음에도 그랬다. 왜 그랬을까... 살아있는 오늘을 길게 애도하면서 제문을 읽고 살라 입김으로 불어 흐트리면 또 내일의 태양이 뜨리라 믿을 수 있어서일까. 비록 지금은 캄캄하고 밤은 아직도 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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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온전히 죽어야 다시 살아날 수 있겠지. 끊어지려는 숨을 억지로 붙잡고 버티면 점점 아귀힘만 빠질 뿐이지. 턱하니 앉아 머리를 올리고 긴 호흡으로 내 이름을 불러본다. 꽃들이 미련없이 송이째 떨어지고 그럴 때마다 밤이 잠깐씩 환해졌다 가무룩 어두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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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누군가 내 집 빈 터에 찾아와 술을 부어주고 이름을 불러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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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은 다정이라 하기에는 깊어서 그도 병들었다 헤아린다. 동녘 부시게 내일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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