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체 어떤 포즈를 취하고 있을까. 우리가 다정하다고 말하는 것들은 대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걸 사랑이라고 부르고 다정하다고 일컬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건 나에게 무엇일까.
나는 자정에 가까운 시간, 조금은 빠르게 골목을 걸어들어오는 한 그림자를 떠올린다. 도시의 밤은 완전하게 어둡진 않아서 잠에 빠진 집들의 그림자가 골목을 얼룩덜룩하게 물들이고 있다. 어느 창에서는 한숨처럼 연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을지 모른다. 고개를 수그린 그림자는 고요히 하지만 일정한 보폭으로 집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집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발이 멈춘다. 가로등과 집 그림자와 그리고 어둠 사이의 어느 틈에 가만히 서서 그는 숨을 쉬고 있다. 어깨를 보일락말락 들썩이며. 나는 그를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다. 나는 그를 다정한 마음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 산문집이 특정한 시간만을 부르고 있는 것도 아니고 특정한 사람들만 호출하지도 않지만, 나는 이 산문집을 '집으로 돌아오는 어느 밤의 기록'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녀의 홀로 여행, 그녀의 홀로 산책, 그녀의 홀로 씀, 그녀의 홀로 밥 - 그 모든 순간에 깃든 은은한 다정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지금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맞잡고 눈을 빛내는 온기가 아니라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즐거웠던 시간이 어쩐지 낯설게 느껴지고 다시 얇은 막 속으로 들어가기 직전 문득 발을 멈추고 내쉬는 숨과 같다고. 내게 너무도 익숙하고 그래서 어떤 병이 되어버린 '쓸쓸'의 상태로 되돌아가기 전 내가 막 빠져나온 어떤 온기, 어떤 사랑, 어떤 다정의 희미한 그늘을 잠시 떠올려보는 것. 그것은 우리가 손을 움켜쥐지 않고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가버리는 삶을 한없이 복잡한 눈으로 바라보는 일이다. 그것은 우리가 글을 쓰는 일이다.
우리가 사랑 밖에 있을 때 우리의 모든 말은 사랑이 된다. 그리하여 우리는 사랑과 사랑에 빠진다. 창을 열고 이웃의 지붕에 내려앉은 오후의 햇빛을 바라보며 눈이 깊어지는 것처럼. 사랑과 나 사이에 딱 한 걸음의 거리, 사랑에서 되돌아나와 나에게로 닿기 딱 한 뼘의 거리. 거기 멈추는 마음이야말로.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