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전날, 아무 생각없이 가방에 툭 던져넣은 모자는
간신히 걸트릴 수만 있을 정도로 작았지.
네가 이렇게 훌쩍 큰 걸 엄마만 몰랐나봐.
무서워할 것 같다고, 간신히 발만 담글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2년만에 다시 찾은 제주 바다를
네가 이렇게 즐길 수 있을 줄은 엄마도 미처 몰랐지.
늘 엄마보다 깊고, 넓은 아가야.
오랜만에 마스크 없이 바다를 즐기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엄마에게는 연신 깔깔대는 네 모습만 눈에 보이더라.
다음에 이곳을 찾을 땐 또 얼마나 자라있을까.
분명 엄마의 걱정이 무색하게 더 키큰 아이가 되어 있을거야.
그 날들이 다가오는 게 못내 섭섭하기도, 즐겁기도 한 엄마는 늘 한발 뒤에 서 있을테니
성큼성큼, 용기있게 네 길을 가렴.
잠깐 놀라겠지만, 멀어지는 너를 이내 오래오래 지켜보며 온 마음으로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