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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모기 Jan 18. 2024

귀하다. 배경이 되어주는 사람들

여행지에서 하는 짧은 생각 1

온기를 찾아 여섯 시간을 날아왔다.

치앙마이, 어느 방향으로 시선을 옮겨도 높다란 초록 산이 펼쳐진, 차분한 멋이 가득한 리조트의 한 귀퉁이에서 글을 쓴다.


짙푸른 하늘색을 그대로 머금은 야외 수영장, 늦은 오후의 따가운 볕을 막아주는 파라솔 아래에서 바람의 냄새를 맡는다.

필요한 만큼의 습도, 몸에 닿는 공기의 부드러움, 적당히 먼 거리에서 들려오는 명랑한 새소리, 더 이상이란 것이 없을 깨끗한 하늘과 선명한 구름… 좋다, 너무 좋다.


하지만, 나는 기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를 이런 평안 안에, 더 이상의 욕망 없이 완벽한 만족 안에 머무를 수 있게 해 주는 사람들을.

아주 이른 아침 산책 길에 만난, 손님들 다 잠들어 있을 시간부터 열심을 발휘하시던 여럿의 태국분들.


하나. 넓은 정원에 홀로 쪼그려 앉아 잡초를 뽑고 계시던  아주머니.

둘. 뜰 채를 들고 수영장에 내려앉은 갈색 나뭇잎을 잡아내던 젊은 청년.

셋. 키 큰 나무들이 끊임없이 마당으로 내려보내는 손바닥만 한 낙엽들을 모아 힘차게 포대에 담던 아저씨.

넷. 내가 방을 잠시 비운 사이 홀연히 나타나 마법처럼 하얀 새 방으로 단장해 주고 사라지던 앳된 젊은 룸메이드.


귀하다.

이 완벽한 평화의 배경이 되어주시는 분들의 땀.

몸으로 일하시는 분들의 위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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