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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모기 Jan 19. 2024

아름답다. 형용사와 백석을 사랑하게 된 순간

나는 더 많은 아름다움을 알고 싶어

내 흰색 자동차 이름은 나타샤이다. 나는 나타샤와 함께 출퇴근을 한다. 나타샤와 함께 음악을 듣고 책을 듣고, 가끔 여행을 떠난다. 나는 나타샤와 단 둘이 보내는 시간을 아주 좋아한다. 내가 어디에 가는지 빈틈없이 알고 있는 건 세상에 나타샤뿐이다.

나타샤란 이름은 물론, 백석에게서부터 온 것이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첫 문장을 처음 만난 순간, 내 안에서는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하나는, 미처 몰랐던 형용사의 가치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것. 다른 또 하나는, 백석이란 시인을 좋아하기로 마음먹은 것.


‘가난하다’와 ‘아름답다’가 없으면 이 시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지 못한다. ‘내가 나타샤를 사랑해서’란 문장만으론 문학이 되지 못한다. 단어 두 개가 ‘나’와 ‘나타샤’ 앞에 오는 순간 수많은 서사가 따라붙는다.

이렇게 형용사로 완벽한 수식을 완성하는 시인이라면, 사랑한다는 표현을 써도 충분하겠다 싶었다. 그리고 찾아본 그의 다른 작품들은 역시 완벽하게 아름다웠다. 그 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은 백석이 되었고.


아름답다는 말을 아주 좋아한다. 세상의 더 많은 아름다움이 알고 싶어서 여행을 하고 글을 읽는다. 아름다운 순간을 더 많이 갖고 싶고, 나 자신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학교 아이들과는 매년 ‘아름다움을 찾아서’란 프로젝트 수업을 한다. 세상에는 너희들이 아직 모르는 아름다움이 굉장히 많다는 이야기, 아름다운 것을 많이 알게 되면 그 개수만큼 더 많이 행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조곤조곤 들려준다.


아름답다.

백석의 아름다운 문장을 읽는 순간.

백석과 나타샤의 아픈 사랑을 상상하는 순간.

작고 얕은 내가 하이얀 나타샤를 타고 가서, 낯설고 새로운 풍경 앞에 서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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