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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몬띵크 Aug 04. 2021

손 씻기의 미학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매장들의 세심한 고민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모두가 답답하고 불편하고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많이 바뀌고 있죠.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위기에서 해답을 찾고 적응하고 변화해가고 있을 겁니다.


지난 2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무슨 변화가 가장 크게 느껴지시나요? 평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다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 있나요? 아, 저는 아주 사소하지만 눈에 계속 띄는 게 하나 있어요.


바로 '손 씻기'입니다. 


식당이나 카페에 입장할 때 꼭 해야 하는 것이 생겼죠? QR 체크인, 발열 체크, 손 소독까지 마쳐야 입장이 가능합니다. 매장 입장에서는 방역을 위해서 꼭 필요한 조치이긴 하지만 고객에게 뭔가를 요구한다는 것이 즐거운 일은 아니죠. 손님 입장에서도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고요.


저는 정부의 방역 지침을 따르는 매장들의 대응을 눈여겨보았습니다. 역병을 뚫고 자신들의 매장에 찾아와 돈을 써주는 손님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방역 지침을 요구하는가. 매장 경험, 브랜드 경험에 있어서 코로나19가 주는 과제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분명 배울 점이 있을 겁니다.


저는 다른 것보다 '손 씻기'에 집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손님들이 손을 씻게 만들 수 있을까. 좀 더 세련된 방식, 기분 좋은 방식으로.


1. 손수건 건네주기


이 얼마나 아날로그적인 감성인가요? 손수건을 건네주면서 '매장에서 머무시는 동안 이용하세요. 세면대는 저 쪽이에요.' 저는 손수건을 건네받자마자 자동적으로 세면대에서 손을 빡빡 씻었습니다. 별 생각도 안 하고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 이면에는 '이 손수건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모르게 말이에요.

카페 단조. 음료를 주문하면 벨과 함께 손수건을 건네 주신다.


2. 고급 핸드 소프

솔직히 저는 올해 들어서 프라그랑스 브랜드들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LE LABO, Aesop, Tamburins... 어떻게 알게 되었냐면 식당이나 카페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데 향이 엄청 좋은 거예요? 은은하고 근사한 향이 제 손에 밀착되었고 기분이 참 좋아졌습니다. 집에서도 한번 써볼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이렇게 고급 핸드 소프를 매장 화장실에 비치하니 손님들이 손을 더 깨끗하게 씻도록 유도할 수 있고 고객의 매장 경험을 더 근사하게 만들어줄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카페 신보. LE LABO 핸드 소프의 향이 정말 좋다.
레몬 그라스. Aesop 핸드 소프에 더해 핸드 로션까지 있다.


3. 고급 손 소독제

핸드 소프와 비슷한 맥락인데요, 고급 손 소독제는 Tamburins 제품이 가장 많이 보이더라고요. 000의 흙? 시원함? 그런 향이 참 좋습니다. 최근에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해서 더욱 대중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GENTLE MONSTER 매장에 가보면 어딜 가든 Tamburins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두 브랜드가 같은 그룹이라서 시너지 효과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향이 좋으니 손을 소독하는 기능보다 기분이 좋아지는 감정이 앞서는 것 같아요.

젠틀몬스터, 탬버린즈, 누데이크 모두 스눕바이라는 모회사 소속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더 건강해진 모순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감기 한번 안 걸렸어요.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의 효과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애플 워치의 손 씻기 기능 때문에 더 자주, 더 오래 손을 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손을 씻고 있으면 알아서 인식해서 초를 재주고 20초를 다 채우면 칭찬을 해줍니다. 손 씻기 기록을 분석해주고 집에 온 지 일정 시간이 지나도 손을 씻지 않으면 손 씻으라고 잔소리도 합니다.

카운트 다운 시작되면 끝을 봐야 되는 근성을 자극한다, 이 애플 워치 녀석.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위기를 기회를 바꿀 수 있어야 주저앉지 않고 뛰어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손 씻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장 단순한 변화가 제일 어려운 법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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