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태풍을 난다는 것
태풍 차바가 제주도를 지나던 밤.
게스트하우스에서 2층 침대를 쓰고 있던 나는 진동으로 침대가 흔들리는 걸 느꼈다.
가만히 벽을 만져보니 미세한 울렁거림이 있었다.
창밖을 보니 어디선가 날아온 커다란 비닐이 전신주에 걸려 펄럭이고 있었고
그 소리는 새벽 내내 공포를 더 극대화했다. 그리고는 정전.�
태풍이 지나간 아침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그 어느 날보다도 눈부시게 화창하다.
부러진 풍력 발전기, 뒤집어진 쓰레기장, 뜯겨나간 지붕 마감재들이 지난밤이 꿈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게스트하우스가 있던 마을 일부엔 그 뒤로 사흘 동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밤새 펄럭이던 비닐이 문제를 일으켰나 보다.
손님들은 손전등을 가지고 욕실을 사용했고 사장님은 상하기 쉬운 식자재를
냉장고에서 꺼내 옆 마을 이웃에게 맡겼다.
어떤 마을엔 그 튼튼한 돌담이 무너져버려 이웃들이 힘을 모아 보수를 했다고 하고,
서귀포 어딘가에선 콸콸 쏟아지는 폭포를 보러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2016년, 제주도에서 처음 경험한 태풍의 기록.
글/그림 YO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