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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a Mar 30. 2017

신들의 어머니가 있는 숲

당오름 산책길을 걷다





초여름이었던 6월,
처음 가보게 된 당오름 둘레길은 지난밤 내린 비로 물을 잔뜩 머금은 나무들이 더욱 진해진 초록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어쩌다 송당리에 가게 되는 날이면 (풍림다방에) 그 날의 강렬했던 기억을 되살려보며 다시 이 길을 걸어보려 찾곤 했다.



당오름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산책로


제주엔 마을마다 수호신을 모시던 풍습이 있는데 그 모든 수호신들의 어머니인 금백조의 신당이 있는 곳이 바로 당오름이다. 제주 토속신 전체의 신이라면 당연히 크고 웅장한 오름이 어울릴 것 같지만 당오름은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이상 눈길이 가지 않는 작은 오름이다. 게다가 금백조의 신당인 본향당은 참으로 소박한 모습이다. 일 년에 한 번 본향당에서 큰제사가 있다고는 하지만 평소에 이곳을 찾아오는 여행객은 많지 않은 듯하다.


가볍게 걷기 좋은 당오름 산책로는 우거진 활엽수림과 향긋한 삼나무 군락을 지나 신비로운 금백조신의 본향당을 만나며 끝이 난다. 신당 주변엔 동백나무들이 주욱 늘어져 있어서 동백꽃이 흐드러질 때라면 정말 예쁜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글/그림 YONA

instagram.com/wheres_y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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