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na Apr 15. 2017

동백동산의 노루










하루는 자전거를 타고 동백동산에 갔었다.
사실 센터에서 운영하는 숲해설을 들으려 했던 것이지만 

안내소에선 참여인 수가 기준 미달이면 하지 않으신다고 했다. 

아쉽게도 방문객은 나 하나뿐….

"숲이 워낙 우거진 곳이라 혼자선 좀 무서울 수 있어요. 

오후엔 금방 어두워지니 늦지 않게 나오시는 게 좋아요."
직원분의 의미심장한 당부를 뒤로하고 혼자 숲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당부가 어떤 뜻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동백동산이라는 아기자기한 이름과는 달리 숲은 너무나 원시적인 

곶자왈의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었다. 

내가 걷는 이 길이 과연 길이 맞긴 한 건지 헷갈릴 정도로 흐트러진 곳들이 있었고 

좁고 우거진 곳을 지날 때는 마치 인디아나 존스나 라라 크로포드가 된 기분이었다.

한참을 걸어 올라가는데 옆에서 무언가가 후다닥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
나는 순간 얼음처럼 몸이 굳고 등골이 오싹 해졌다.
다시 사사샥 풀숲을 헤치는 소리가-. 
정신을 차리고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집중해서 바라보았더니
내 눈앞엔 나만큼이나 놀라서 굳어있는 한 생명체가 있었다.
노루였다…! 
백 미터 밖에서도 놀라 달아나던 그 노루가 있었다.
다섯 걸음을 사이에 두고 몇 초간의 묘한 정적이 흘렀다.
내가 ‘안…녕…’이라고 말하자 그 아이는 질색팔색을 하며 눈앞에서 멀어졌다. 

그러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뒤돌아서서 나를 잠시 바라본 뒤 사라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차라리 노루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숲 안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도 조금은 위안이 되었던 것일까.
그렇게 혼자 긴장하고 혼자 감탄하는 익사이팅한 숲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다짐했다.


다음엔 꼭 둘 이상 손잡고 들어가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아부오름의 별똥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