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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동산의 노루

by yona







동백동산 노루.jpg




하루는 자전거를 타고 동백동산에 갔었다.
사실 센터에서 운영하는 숲해설을 들으려 했던 것이지만

안내소에선 참여인 수가 기준 미달이면 하지 않으신다고 했다.

아쉽게도 방문객은 나 하나뿐….

"숲이 워낙 우거진 곳이라 혼자선 좀 무서울 수 있어요.

오후엔 금방 어두워지니 늦지 않게 나오시는 게 좋아요."
직원분의 의미심장한 당부를 뒤로하고 혼자 숲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당부가 어떤 뜻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동백동산이라는 아기자기한 이름과는 달리 숲은 너무나 원시적인

곶자왈의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었다.

내가 걷는 이 길이 과연 길이 맞긴 한 건지 헷갈릴 정도로 흐트러진 곳들이 있었고

좁고 우거진 곳을 지날 때는 마치 인디아나 존스나 라라 크로포드가 된 기분이었다.

한참을 걸어 올라가는데 옆에서 무언가가 후다닥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
나는 순간 얼음처럼 몸이 굳고 등골이 오싹 해졌다.
다시 사사샥 풀숲을 헤치는 소리가-.
정신을 차리고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집중해서 바라보았더니
내 눈앞엔 나만큼이나 놀라서 굳어있는 한 생명체가 있었다.
노루였다…!
백 미터 밖에서도 놀라 달아나던 그 노루가 있었다.
다섯 걸음을 사이에 두고 몇 초간의 묘한 정적이 흘렀다.
내가 ‘안…녕…’이라고 말하자 그 아이는 질색팔색을 하며 눈앞에서 멀어졌다.

그러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뒤돌아서서 나를 잠시 바라본 뒤 사라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차라리 노루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숲 안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도 조금은 위안이 되었던 것일까.
그렇게 혼자 긴장하고 혼자 감탄하는 익사이팅한 숲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다짐했다.


다음엔 꼭 둘 이상 손잡고 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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