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부신 날 Oct 06. 2023

(책꼬리단상) 자신과 겨루는 게임

한 번에 되지 않는 사람

[자신과 겨루는 게임]


나도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기가 열리면 한 명의 붉은 악마가 되어 열광적인 응원을 펼친다. 손흥민 선수나 이강인 선수의 골 장면을 다시 보기로 여러 번 돌려 보기도 하고, 프리미어 리그에서 나오는 멋진 플레이에 열광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결코 축구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보는 걸 좋아하는 것과 하는 걸 즐기는 건 다른 문제다. 김연아 선수의 경기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고 해서 누구나 피겨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우리나라의 조직 문화에는 여전히 조직력을 키운다는 이유로 무조건 다 함께 같은 걸 해야 하는 집단 문화가 있다. 다 함께 회식을 해야 하고, 다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파도타기를 해야 하고, 다 함께 MT를 가야 하고, 거기서 다 함께 단체 운동을 해야 한다.

나는 그 안에도 일종의 폭력이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소수의 사람은 취향이 달라도 다수의 취향에 맞춰야만 하는 획일화된 문화다. 요즘은 잘나가는 기업일수록 직원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개성을 살려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변화를 선도하는 조직이야말로 미래 사회에 더 적합한 조직이 아닐까.

  후배 기자 R이 아들한테 무엇을 해줘야 하겠냐고 나에게 다시 묻는다면, 무조건 축구 교실에 보내라고 말하지 않고, 그 아이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게 해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 번에 되지 않는 사람 : 쉽게 얻은 사람은 모르는 일의 기쁨에 관하여 | 김경호)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보는 즐거움이 큽니다.
갑자기 없던 애국심이 생겨나
열심히 대한민국을 응원하게 됩니다.

모든 게임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기고 지는 것에 대한 환멸이 생깁니다.
이겨야만 살 수 있는 세상이라니.
타인을 밟고 올라서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입니다.

가족은 손을 잡고 앞을 나아갑니다.
가족의 등을 짓밟고 위로 올라서진 않습니다.

스포츠를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승패가 있지만
진짜 살고 죽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내면의 자아와 씨름하는 것이기 때문에
숭고한 스포츠정신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진정 그런 스포츠였으면 좋겠습니다.
너를 이겨야만 내가 사는
그런 오징어 게임이 아니길.

졌다고 슬퍼하거나 우는 사람보다
이기거나 졌거나
모두 환하게 웃으며 승자가 될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해봅니다.



(저는 요즘 지독한 자기와의 싸움에 빠져 있습니다.
파도에 흔들리는 가련한 나룻배 속에 제가 빠져 있습니다.
얼른 일어나 노를 저어야 할 텐데.
두렵고 떨리는 마음에 자꾸 더 누워만 있고 싶어집니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벌써 겨울처럼, 갑자기 그렇게 추워지고 있습니다.

훅, 하고 찬 바람이 불어오듯
훅, 하고 미래가 나를 찾아올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꼬리단상) 내 인생의 팬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