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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봄날 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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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Apr 05. 2024

(시를 쓰다) 조팝나무 꽃

봄꽃시

<조팝나무 꽃>



멀리서 보면

마치 좁쌀밥 같아

그게 모든 걸 먹는 걸로만 보던

가난한 사람들의 항변 같은 것이지


이렇게 예쁘게 노란 좁쌀을 본 적이 있던가

맞아. 멀리서 보면 꼭

흰 쌀밥에 드문드문 좁쌀 알갱이 심어놓은 것 같지


그게 소원이었던 시절

흰 쌀밥만 먹어보면 소원이 없겠다던 시절

어쩌다 쌀을 구하면

쌀은 줄이고 양은 늘이려고

좁쌀도 넣고, 콩나물도 넣고, 밤도 넣고

그렇게 맛난 밥들을 먹었지


가난이 죄가 아니라

가난한 부모가 죄인이던 시절


하나둘 이제 꽃망울 터뜨리는구나

곧 세상을 하얗게 뒤덮겠구나

온 세상이 배부를 때까지

꽃 기운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까지

너는 터져 나오겠구나



(후조 이태훈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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