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일, 4월의 시
[슬픔은 늪과 같아서]
슬픔은 천천히 소리없이 차오르는 것이다
눈물은 기어이 한 방울 끌어모아 밖으로 내모는 것이다
슬픔은 늪과 같아서 차올라 넘쳐나면 헤어나올 수 없다
눈물은 둑과 같아서 한 방울 떨어지고 나면 걷잡을 수 없다
슬픔은 늪이고 눈물은 둑인데
둘은 닮았다
둘은 전혀 닮지 않았다
늪은 둑을 넘지 못하나
둑을 넘은 늪은 주체할 수 없다
둑은 눈물을 가두어 두고
늪은 슬픔을 채워 둔다
둑이 높을수록 멋져 보이고
늪이 깊을수록 강해 보이지만
높고 깊은 건 고독이 중력처럼 작용하기 때문이다
만 가지 아름다움이 피어나는 계절에
만 가지 슬픔과 눈물이 저마다 꽃으로 피어난다
아직 아침이 이르기 전
넘쳐나는 슬픔을 풀잎에 매단다
쏟아지는 눈물을 꽃잎에 매단다
그리고 동쪽에서 둥글게 아침을 말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슬픔과 눈물은 중력에 맡기고
웃음으로 햇살을 맞이한다
우리에게도 함박 웃음 던져준다
만 가지 아름다운 꽃은
만 가지 슬픈 이야기
만 가지 눈물 어린 이야기
네 속에 감추어져 아름다운 향기로 익어가는
열매다
(후조 이태훈, 4월3일 쓰다)
오늘은 4월3일입니다.
1948년 4월3일부터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는 큰 아픔이 있었습니다.
4월16일은 세월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바다의 늪에 빠진 날입니다.
4월은 만 가지 아름다움이 피어나는 꽃의 계절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 만 가지 슬픔과 아픔이 함께 있습니다.
방 안에 있으니 비 내리는 소리도 모습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슬픔은 차오르고, 눈물은 터져 나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가족이고 친구고 이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