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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봄날 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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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Apr 03. 2024

(시를 쓰다) 슬픔은 늪과 같아서

4월3일, 4월의 시

[슬픔은 늪과 같아서]




슬픔은 천천히 소리없이 차오르는 것이다

눈물은 기어이 한 방울 끌어모아 밖으로 내모는 것이다


슬픔은 늪과 같아서 차올라 넘쳐나면 헤어나올 수 없다

눈물은 둑과 같아서 한 방울 떨어지고 나면 걷잡을 수 없다


슬픔은 늪이고 눈물은 둑인데

둘은 닮았다

둘은 전혀 닮지 않았다


늪은 둑을 넘지 못하나

둑을 넘은 늪은 주체할 수 없다


둑은 눈물을 가두어 두고

늪은 슬픔을 채워 둔다


둑이 높을수록 멋져 보이고

늪이 깊을수록 강해 보이지만

높고 깊은 건 고독이 중력처럼 작용하기 때문이다


만 가지 아름다움이 피어나는 계절에

만 가지 슬픔과 눈물이 저마다 꽃으로 피어난다

아직 아침이 이르기 전

넘쳐나는 슬픔을 풀잎에 매단다

쏟아지는 눈물을 꽃잎에 매단다


그리고 동쪽에서 둥글게 아침을 말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슬픔과 눈물은 중력에 맡기고

웃음으로 햇살을 맞이한다

우리에게도 함박 웃음 던져준다


만 가지 아름다운 꽃은

만 가지 슬픈 이야기

만 가지 눈물 어린 이야기

네 속에 감추어져 아름다운 향기로 익어가는

열매다


(후조 이태훈, 4월3일 쓰다)



오늘은 4월3일입니다.

1948년 4월3일부터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는 큰 아픔이 있었습니다.

4월16일은 세월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바다의 늪에 빠진 날입니다.



4월은 만 가지 아름다움이 피어나는 꽃의 계절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 만 가지 슬픔과 아픔이 함께 있습니다.


방 안에 있으니 비 내리는 소리도 모습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슬픔은 차오르고, 눈물은 터져 나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가족이고 친구고 이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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