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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봄날 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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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Mar 25. 2024

제비꽃에게

막둥이 딸 생일을 축하하며

[제비꽃에게]




봄이 오면
가장 먼저 쏘옥 머리 내미는
보라빛 제비꽃

돌틈에 겨우 뿌리 내리고
볼품없이 서 있는 모습이 꼭
나랑 닮았구나

가리는 나무가 없으니 햇살은 따갑고
흙이 없으니 뿌리는 물을 마시지 못할 테고
옆에 친구가 없으니 하루종일 심심할 테지
게다가 못된 사람들은 퉤 하며 침도 뱉을 거야
씻어내지도 못하니 그 마음 오죽 아플까

하지만
내가 이렇게 널 보고 있잖아
내가 널 이렇게 사랑하고 있잖아
우린 서로 만났고 이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어

사람들은 축하한다며 꽃길만 걸으라하지만
우리는 잘 알지, 그런 꽃길은 없어
바람에 몰려와 괴롭히는 지푸라기며 먼지들이 가득한 세상인 걸
우리는 이제 손을 잡았어
그건 사랑이야, 사랑은 우주가 낳은 가장 위대한 언어이기도 하지만
가장 단단하고 가장 아름다운 시작의 단어이기도 해
봄이니까, 봄이 되었으니까
우리는 사랑하는 거야
모든 것이 온몸을 비틀어 새롭게 피어나는 계절이니까



2024.03.25
막둥이 딸 스물여섯 해 생일을 축하하며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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