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제비
[종지나물]
하루가 천 년 같던 억압의 35년이 끝나고
찬란한 빛이 어둠 헤치고 쏟아져 들어올 때
그래서 자유마저 혼란스러워 할 때
초록옷을 입은 미군은
조선에는 마치 풀꽃 하나 없다는 듯
자기네 제비꽃 선물처럼 가져왔고
반도 곳곳에 뿌리내린 양키제비꽃은
조선 땅에서 종지나물로 75년을 살아왔다
이제 봄이면
제 나라인 양 주인집 제비꽃 자리를 넘보니
덩치 작은 조선 제비꽃은 자꾸 구석으로 밀려난다
이제 곧 이 땅은 종지나물로 뒤덮일 것이지만
우리 제비꽃은 구석에서라도 꿋꿋이 꽃잎 내민다
시든 것처럼 보여도
말라버린 것처럼 보여도
살아, 온 힘 다해 살아내는 것이니
아서라
종지나물아
나물은 무쳐 먹는 풀이고
꽃은 가슴으로 먹는 풀이 아니더냐
그저, 햇빛만으로 감사하게
그렇게 너도
봄을 누리거라
봄은 우리 모두의 것이니
너도 아름다운, 봄꽃이다.
(후조, 요나단 이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