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르게 실패하기] 존 크럼볼츠 외
한줄평 : 더 빠르게 실패하기는 더 빠르게 성공하는 지름길이다.
2025년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집어든 책이었다. 자기계발류 도서는 안 읽은 지가 꽤 되었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마음이 움직였다. 그래.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패하기 위해서 다가가자. 상술일 수 있겠지만 '성공'을 얘기하지 않고 '실패'를 전면에 내세운 제목 전략은 내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스스로 아직 성공하지 못한 자라는 자기 굴레 또는 자기 연민의 자화상과 묘하게 잘 맞았다.
한줄평에 적었지만, 결국 실패를 하는 것도 성공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다. 성공하기 위해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전략을 짜고 설계를 하고, 준비운동을 하고, 성공 가능성과 실패 가능성을 셈하고 플랜 A, 플랜 B를 세울 시간에 먼저 덤벼들고 도전해보고 실패를 맛보는 것이 더 많이 배우고 더 빨리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들은 세상에 나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거기서 생긴 실수를 통해 예상치 못한 경험과 기회로 이익을 쟁취했다. (27)
뻔한 얘기로 이렇게 길게 책을 쓰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거의 400쪽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 자기계발류의 그 한계를 벗어나진 못했지만 그래도 내게 조금은 도전을 주고, 응원한다.
그래 계획을 길고 깊게 세우기보다 일단 몸으로 부딪쳐 보는 거야.
영화 <기생충>에서 송강호의 "내 계획은 계획이 없는 거야"라는 명대사가 떠오른다.
계획을 세우지 마라.
성공한 사람들은 계획에 가볍게 접근한다. (372)
음, 과연 계획없이 덤벼드는 것이 괜찮을까?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계획을 세우지 마라,는 조언이 아예 무계획으로 인생을 살라는 뜻은 아닐 게다.
놀랍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평생에 자전거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이건 변명인가?). 딱 하루 돈을 내고 광장에서 친구랑 타러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 회전을 잘 하지 못해 앞사람과 부딪치면서 나동그라졌다. 나는 그 뒤로 자전거 탈 생각, 아니 도전을 하지 않았다. 자동차를 타게 된 뒤로는 더더욱 자전거 탈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실패를 딛고 성공하는 가장 좋은 예가 바로 자전거 타기일 것이다.
당신이 대부분의 사람들과 비슷하다면, 당신이 가장 많이 성장하고 큰 성취를 한 때는 실수와 실패가 가장 많고 큰 장애물을 극복했을 때일 것이다. (90)
훌륭한 뮤지션이 되고 싶다면,
먼저 엉망인 음악을 수없이 연주해 봐야 한다.
소설을 한 권 쓰고 싶다면,
먼저 하찮은 이야기들을 써 봐야 한다. (99)
나는 선지국도 먹지 못하고 도가니탕도 먹지 못한다. 홍어 삭힌 삼합도 먹지 못한다. 순댓국도 못 먹었는데 서울쪽으로 오면서 맛을 들이면서 먹게 되었다. 나는 도전을 두려워한다. 실패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훌륭한 뮤지션이 되려먼 엉망진창인 음악을 수없이 연주해봐야 한다. 그것이 진리다. 그런 면에서 나는 스스로가 참으로 한심하게 여겨진다. 자전거도 타지 못하는 어른이라니.
그렇지만 라면 신상품이 나오면 언제든지 새로운 라면을 먹으려고 노력했다. 먹어보고 맛을 평가하고 앞으로 계속 사먹을지 말지 결정했다. 그런 면에서 옆지기와 두 딸은 매우 보수적이었다. 맛 있다는, 자신의 입맛에 좋다는 검증이 없는 라면은 절대로 먹으려 들지 않았다. 하지만 먹어보지 않고 어떻게 내 입맛에 맞는지 알아챈단 말인가. 이 모순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늘 먹던 라면만 살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당뇨 때문에 라면을 끊은 지 어언 6개월이 넘어간다. 새로운 라면 먹기 도전은 내 도전정신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그 무엇이었다.
실패하면 실망하지 모른다.
그러나 시도하지 않는 것은 불행한 삶이다. - 비버리 실지, 성악가 - (105)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도전을 잘 하는 편에 속한다. 하지만 라면 먹기에 도전하는 것과 책방을 차리는 것과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적자일 것이 뻔히 보이는데 그 대책을 세우지 않고 덤벼드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그것이 옆지기의 논리이고 나는 할 말이 없어 마음을 접고 있다.
<작은 행동들을 위한 제안들>
-행동의 내용을 명확히 한다.
-행동은 쉬워야 한다.
-즐거워야 한다.
-즉각 행동한다
-비용이 적게 들어야 한다. (143)
저항은 당신을 좀더 안전한 영역으로 후퇴하라고 부추긴다. 잠정적 위협을 과장해서 부풀리고 긍정적인 가능성은 깎아내린다. ... 저항은 위험해 보인다는 핑계로 당신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거짓말쟁이와도 같다. (166)
자신의 마음 속에서 실천을 가로 막는 저항. 그 저항을 뚫고 나가서 실패를 맛봐야 한층 더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이때 실패는 수업료다. 책으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살아있는 진국이다. 사람은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보다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언제나 뒷걸음을 친다.
득과 실만 따져서 결정하다보면 모든 일에 대하여 부정적인 편견에 사로잡히기 쉽다. 도중에 마음이 바뀌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주변 사람들이 포기자로 볼까 봐 시도조차 하지 않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말자. 내가 끊임없이 글을 쓰는 것은 계속 실패하는 행동 중 하나이다. 이렇게 책에 대한 리뷰를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다행히 다음 책 집어드는 것을 멈추고 이렇게 방금 끝낸 책에 대한 리뷰를 쓴다. 시디 플레이어에 넣은 <세상의 모든 음악 9>집 음반이 한 바퀴 다 돌아가기 전에 리뷰를 마친다. 이제 배가 고파진다. 저녁을 먹고 운동을 하고 그러면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책 마지막 부분에 나에게 용기를 내 보라는 항목이 하나 나와 소개해 본다. 친구 만들기에 대한 부분인데, 나도 소개해주고 다른 사람에게 소개도 받아보라는 조언이다. 나처럼 내성적인 사람은 감히 시도해볼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그럼에도 시도해보고 싶다.
소개를 받고 남들에게 소개해 주기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면 "제가 대화를 나눠볼 만한 좋은 상대가 없을까요?"라고 질문 해보라. ... 세상엔 친구나 동료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이 아는 지인들의 소개를 받지 않으면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 (362)
더 빨리 실패를 맛보아야 더 빨리 성공할 수 있다.
이것이 저자의 최종 결론이지만, 나는 반드시 그런 목적에서 실패를 경험해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실패를 맛보고 좌절하고 넘어지면서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다면, 그 실패가 결코 쓸모 없이 버려지는 시간이나 아무 가치가 없는 에너지로 버려지지는 않을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실패는 앞으로 나아가는 연료다.
나는 더 많이 실패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