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꼬리단상) 로봇은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

천선란. 천 개의 파랑

by 봄부신 날

[로봇은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합성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소프트휠-체어’의 바퀴는 기존의 휠체어 바퀴보다 훨씬 얇고 질기며 바퀴 속에는 굽힘 변형률을 갖는 인공 근육이 심어져 있다.


평소에는 원형을 유지하지만, 계단과 같은 장애물을 만날 때에는 공기압을 이용해 그 장애물의 모양에 맞춰 바퀴의 형태를 변형할 수 있다. 동시에 전도성 고분자와 결합한 인공 근육이 변형된 바퀴의 형태를 고정시키면서 계단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바위와 돌로 이루어진 산악지대 역시 오를 수 있다.


연재의 아이디어를 믿는 지수의 발표는 당찼고 거침없었다.


...


“인류 발전의 가장 큰 발명이 됐던 바퀴도, 다시 한 번 모양을 바꿀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바퀴가 고대 인류를 아주 먼 곳까지 빠르게 데려다줬다면 현 인류에게도 그렇게 해줄 거라고 믿어요.”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저)



SF소설이지만 과학 기술 설명보다는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더 무게를 두는 게 최근 미래과학 소설의 추세다.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 이야기인 줄 모른 채 읽기 시작하는 책도 많다.


이 책도 그런 책인 줄 몰랐다. 천 개의 파랑, 이라는 제목만으로는 로봇 이야기인지 짐작하기가 어렵다. 이 책은 로봇 말horse을 타고 경주에 나서는 로봇 기수와 사람 사이의 인간적인 교감을 다루는 책이다.


어쩌면 오늘 소개하는 저 문장이 소설 속에서 가장 공학적이고 전문적이며 난해한 부분일 수도 있겠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은혜가 타고 다니는 휠체어는 아직 구식이다. 그래서 로봇 경연대회에 참석한 주인공 연재(은혜의 동생)가 본선에서 자신이 설계한소프트 훨(바퀴)형태의 휠체어 로봇을 심사위원에게 소개한다. 바로 그 장면이고 그래서 조금 전문적인 문장이 나왔다.


그런데 저 부분을 읽으면서 바로 지난 주, 업무 때문에 소설에 소개된 기술과 거의 비슷한 기사를 검색한 것이 생각났다. 얼른 다시 찾아보았다.


맞았다.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로봇 스타트업 회사에서 소설 속 내용과 거의 같은 바퀴를 가진 로봇을 개발하고 시연까지 성공했다.



아직 인간과 같은 경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로봇의 개발 속도가 빠르다.


근미래에 로봇은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인간의 모든 부분을 보조하고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혹자가 걱정하는 것처럼 로봇이 인간의 중지 명령을 거부하고 자신의 인공지능 판단대로 움직임을 가질지는 알 수 없다.


로봇의 발전은 분명 장애인, 환자나 노인 세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딥러닝과 인공지능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인간은 로봇의 도움(이라고 쓰지만 사실은 지배, 종속, 중독이 될 것이다.) 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로봇을 개발하더라도, 가장 인간적인 것은 할 수 없도록 하는 장치나 법규를 국제적으로 만들면 좋겠다.


정 없으면, 걱정 근심 염려 고통 같은 것이라도 인간 고유의 것으로 남겨두면 좋겠다.


아직 로봇 팔로는 사람처럼 정교하게 글씨를 쓸 수 없다. 설계를 해놓으면 따라 쓰게 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생각한 것을 쓰고 다시 생각하고고치는 퇴고 작업 같은 것은 할 수 없다.


최소한 이런 것은, 인간만의 것으로 남겨두면 좋겠다. 인간만의 추억은 침범하지 못하는 것으로 말이다. 실수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 말이다. 생각만 해도 벌써 조금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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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mp.seoul.co.kr/seoul/2023061550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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